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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허기진 날 꺼내 읽는 따뜻한 미식 여행, 문학동네 [종로미각] 리뷰

도서관 옆 산책로 2026. 2. 12.

가끔 이유 없이 마음이 텅 빈 것처럼 허기지고 지치는 날이 있죠. 그럴 때면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강설금 외 13인의 인문학자가 함께 쓴 『종로미각』을 조용히 펼쳐보곤 합니다.

 

화려한 파인다이닝이 넘쳐나는 시대지만, 유독 우리의 마음을 다독이는 건 오래된 골목 어귀에서 피어오르는 낡은 뚝배기의 온기일 때가 많습니다. 이 책은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우리가 잠시 잊고 지냈던 '맛의 기억'을 따뜻하고 다정한 시선으로 복원해 냅니다.

항목 내용
도서명 종로미각
저자 강설금, 권운영 외 12명 (인문학자 14인)
출판사 문학동네
출간일 2025년 8월 20일
페이지 수 264쪽
주제 및 장르 문화사, 한국음식사, 에세이

시간의 더께가 내려앉은 골목을 거닐다

종로는 단순한 서울의 한 지명이 아닙니다. 권력과 문화, 그리고 노동과 일상이 치열하게 뒤섞인 우리 근현대사의 거대한 무대이자 삶의 터전이었죠.

 

신문물이 넘쳐나던 명동, 고관대작을 피해 백성들이 숨어들었던 피맛골, 그리고 치열한 생의 현장이었던 동대문시장까지. 저자들은 사대문 안 곳곳을 누비며 그 시절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밥술을 떴을지 깊이 있는 시선으로 추적합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필연적으로 허기가 있고, 그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피어난 음식들은 곧 하나의 문화가 되었습니다. 설렁탕, 낙지볶음, 빈대떡 등 우리가 즐겨 먹는 친숙한 K-푸드의 역사가 이토록 다채롭고 애틋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잔잔한 감동이 밀려옵니다.

배고픔을 달래던 음식이 위로가 되기까지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건, 음식의 맛을 평가하는 것을 넘어 그 음식을 먹어온 사람들의 서사에 귀를 기울인다는 점입니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들이켜는 소주 한 잔과 국밥 한 그릇. 그것은 단순한 영양 섭취가 아니라,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 숭고한 의식이었습니다. 50년 이상 자리를 지켜온 노포 맛집들의 이야기는 팍팍한 시대를 견뎌낸 우리네 부모님들의 자화상 같아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음식의 역사는 사람의 서사다. 사람은 음식과 강한 관계를 형성한다. 음식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힘입어 그 긴 시간을 버티고, 사람들은 자신이 먹는 음식을 정체성의 일부로 여기며 삶을 버틴다."

이 문장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무심코 먹는 음식 하나에도 누군가의 생을 버티게 해준 다정한 온기가 깃들어 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오늘 나의 식탁이 조금 더 특별하고 감사하게 느껴지는 기적을 경험하게 됩니다.

세대와 시대를 연결하는 다정한 징검다리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노포 투어나 할매니얼 트렌드가 인기를 끄는 현상도 어쩌면 우리는 모두 '연결'에 대한 깊은 갈증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기성세대에게는 눈물겨운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매력적인 감성을 선사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맛의 이야기는 종로미각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선물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뚝심 있는 맛처럼, 이 책이 건네는 다정한 위로 역시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런 분들께 다정히 추천합니다

누구에게나 마음 한구석에 자신만의 소울푸드가 있기 마련입니다. 책장을 덮고 나면, 오늘 저녁엔 나를 다독여 줄 따뜻한 음식 한 그릇을 찾아 종로의 오래된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싶어질 거예요.

  •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따뜻한 위로와 조용한 휴식이 필요하신 분
  • 서울의 오랜 골목길과 노포에 얽힌 다정하고 깊이 있는 역사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
  • 우리가 사랑하는 K-푸드를 인문학적인 시선으로 새롭게 읽어보고 싶으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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